명승일 기자  |  msi@newscj.com
2015.01.02 08:48:11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통일대박’을 외쳐왔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호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전문가 그룹에서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예술 등 비정치적인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광복·분단 70주년을 맞는 올해엔 경색된 남북관계를 탈피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올해 남북관계를 전망하고,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2015 평화·통일 위한 신년문화대담’이란 주제로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흥광 (사)NK지식인연대 대표, 강철환 (사)북한전략센터 대표, 이기삼 (사)남북문화예술원 이사장, 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를 초청해 지난해 12월 26일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가 사회를 맡았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2015 평화·통일 위한 신년문화대담
“朴정부 ‘통일대박’ 등 구호 많았지만 결실 없어… 신뢰할 수 있는 대북정책 절실”
한반도평화 능동적인 자세 보여야… 남북 이질감 해소 위한 문화교류 확대 목소리


[천지일보=명승일·박선혜·김예슬 기자] ▲이상면(사회)=그야말로 ‘안개정국’이라고 하듯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해보면서 불확실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평화통일의 문제, 남북문제라고 본다. 남북문제가 우리 사회와 민족에게, 그리고 인류사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찬일(안)=북한은 무력통일, 우리는 평화통일이다. 북한 국력이 단군 이래 바닥을 치고 있고, 대한민국 국력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이 시기가 평화통일을 이루는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광복·분단 70주년인 새해에 북한도 변하지 않을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한민국이 유도해서 북한을 끌고 갈 때 평화가 빨리 온다. 그렇지 않고 다른 방법을 쓰면 분단은 영구화되거나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흥광(김)=앞으로 3년만 지나가면 (북한이) 핵무기를 분명히 소유하고, 핵배낭을 가지려는 야망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북한이 지금 상태로 버텨낸다면 흡수통일이 아니라,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중성자탄이다. 북한이 모두 가졌을 때 대한민국은 무엇이 되겠는가. 그래서 우리 정부가 투트랙으로 대북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균형적인 대북정책을 하면서도 북한을 흔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정책을 비공개적으로라도 해야 한다.

▲강철환(강)=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 것인지 서 있지 않으면 통일을 아무리 논의해도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얘기했고 이는 누군가가 만들어야 하는데, 만드는 과정이 생략됐다. 그러다 보니 마치 북한이 그냥 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북한을 경험한 탈북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내부에 김씨 왕조를 대체할 수 있는 개혁세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외부 인권단체나 외부세력이 정보를 보내 많은 사람이 깨어나게 해야 한다. 북·중 국경을 흔들어 대량 탈북이 일어나게 하거나, 북한 내부에 민주화혁명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기삼(이)=남북이 통일된다면 통일비용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계획하는 것 중 하나가 북한 비물질 문화재, 남한 무형문화재 교류를 통해 대화의 장을 만들면 어떻겠는가.

▲장순휘(장)=통일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퍼즐게임이다. 다국가·다체제 사회에서 통일을 원하는 세력이 누구인가. 동북아 주변의 어떤 국가도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통일을 이루기 위한) 단기론적인 것은 기대하지 말고, 오히려 장기론적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북한)의 군사력을 무력화하면서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막는 것은 통일을 외면하고 있는 무관심이다. 통일 이전에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내실이 있어야 한다.

▲전영선(전)=분단에 의해 고통을 당했던 세대와 30대 이하 세대의 통일 개념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그만큼 통일문제나 분단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도 다르다. 삶의 문제로 들어오지 않으면 통일문제는 요원해지고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통일 시스템 체계가 없다. 통일이 무엇인지 세대별로 나눠서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과 가치를 함께 찾아 나가며 구조적인 변화를 동반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의식과 가치관 등 오랜 분단 세월을 지내오다 보니까 많은 것이 이질화됐다. 문화를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없겠는가.

▲김=남북이 자주 만나서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표현하고 주고받고 하다보면 (이질화가) 해소될 수 있다. 또 북한에 언론이 들어가서 북한의 있는 그대로를 남한에 알려줘서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다. 대한민국 문화가 다양한 콘텐츠로 준비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적극 보급해 향유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 정부 지원과 관심만 있다면, 민간단체가 통일 이후에 백성들이 알아야 할 문화를 북한에 전파할 수 있다.

▲강=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정권이 기분 나쁘면 (남북관계가) 나빠지고, 좋으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생각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왔다. 북한 내부의 기득권 세력을 보면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위 1%~5%는 김정은과 죽을 때까지 가겠다고 한다. 5%~25%가 동요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학자, 의사, 교수 등은 남쪽으로 통합돼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기득권 세력을 축소시키고 고립시켜서 북한 주민과 분리시켜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 콘텐츠다. 남한의 드라마를 보내서 북한 주민의 60% 이상이 본다면 기득권 세력은 몰락할 것이다. 북한 내부에 한국의 문화와 생활상을 끊임없이 알려서 이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북한에서 남한 문화를 접하는 인구가 30%가 된다면, 엄청난 변화다. 제가 알기론 북한에 모바일이 들어간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모바일을 통해서 우리나라 실상도 (북한에) 빨리 알릴 수 있다. 폐쇄적인 자신들의 위치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문화) 공동관심사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 천지일보가 2015년 남북관계를 전망하고,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5 평화·통일 위한 신년문화대담’이란 주제로 지난해 12월 26일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전문가 대담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남북 이질감을 해소하고 탈북자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


▲안=탈북자는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못 사는 영세민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다. ‘먼저 온 통일’ ‘작은 통일’이라고 쓰면 안 된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260억을 지원한다. 재단의 책임자는 탈북자를 ‘한반도의 메르켈’로 만들겠다고 한다. 재단의 이사가 11명인데도 탈북자 1명도 들어가 있지 않다. 260억이 실제로 (탈북자에게) 지급되고 있는가. 직접적으로 본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이질감이나 정착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언론의 역할과 정부의 정책을 제시해 본다면.

▲전=북한 주민에 대한 통일의지를 높이기 위해 방송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북한과 예술을 통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가 같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것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북한 문화는 그 출발 지점이 사상이다. 방송, 음식, 언어, 문화는 시간을 두고 서로의 융합점을 만들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남북 문화충돌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북한 주민)의 사고 속에는 노동당이라는 무서운 사상이 있다. 사회주의 사상과 자유주의 사상은 융합할 수 없다. 우리 고유의 문화인 홍익문화로 접점을 만들 때 비로소 평화의 숨결이 나온다. 먼저 사상순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 그렇다면 민간교류단체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북한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우리나라도 일관된 정책이 없다. 북한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한다. (북한이) 사고를 쳤다고 당장 (남북교류를) 끊어야 하는가. 정권이 바뀌니깐 (남북교류를) 모두 막아 남북경색의 단초를 제공했다. 문화체육 교류는 해야 한다. 정치적인 것은 배제하고 해야 한다.

―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어떻게 보나.

▲전=(대북)정책 일관성과 (통일)준비에 공감한다. 통일을 해야 한다. 플랜이 나와야 한다. 결과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장=문화적 이질감은 적대감으로 연결된다. 지난 70년을 옳다고 믿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라면 몇 봉지 준다고 (북한 주민이) 우리말을 듣겠는가. 한반도 통일이 세계평화다. 북한을 흡수하듯 다뤄선 안 된다. 오히려 흡수하지 말고 자치적인 동화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손을 놓고 마냥 기다릴 수 없다. 5.24제재조치도 마찬가지다. 남한은 손해 없는가. 우리에게도 피해가 있다. 그렇게 좋은 자원이 우리에게 제3자를 통해 들어온다.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북한에 대화 제의를 꾸준히 해야 한다.

▲안=북한은 1~2년 안에 핵무기를 소형화한다. 북한의 군사 우위가 형성되면 통일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다. 우리가 통일대박론을 꺼내고 행동으로 옮긴 게 없다.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남한에 열세라는 것을 인정한다. 반면 문화적인 면에서 앞서 있다고 착각한다. 북한의 예술문화 우월주의를 유인해야 한다. 한류열풍 등 우리에게 핵무기 못지않은 카드가 있다. 문화 상호주의를 제안한다. 한류문화를 공급할 수 있게 해보자.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내부 정치에만 관심 있고 정작 북한에 관심 없다. 통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사회=한반도 통일이 이뤄질 때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 특히 이질화된 문화를 극복하고 동질감을 회복할 때 남북은 하나 될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선 언론과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 우리 대북정책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말은 있었지만 사실상 대북정책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 남북이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통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차원에서도 남북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봐서는 통일이 까마득히 먼 훗날의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각 분야에서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이 남북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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